⑤편까지 설치, 무료 모델 연결, 실전 성적표, 에이전트 부리는 팁, 유료 vs 무료 비교를 다뤘다. 이제 약속대로 실전이다.
이번 편은 무료 모델만으로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본 후기다. 뭘 만들었고, 어디서 막혔고, 어떻게 우회했는지, 그날의 삽질 일지를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성은 했다. 근데 "뽕 뽑았다"는 말은 못 하겠다. 왜 그런지 순서대로 풀어본다.

작게 잡아야 산다 — 프로젝트 선정부터가 전략이다
무료 모델로 뭘 만들지 고르는 게 첫 번째 삽질 포인트다. 처음엔 욕심이 났다. 투두 앱에 로그인까지 붙인 걸 시켰다가 시작 10분 만에 후회했다. 무료 모델은 한 번에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이 정해져 있다. 크게 던지면 중간에 길을 잃고, 길을 잃으면 요청만 탄다.
그래서 스코프를 싹 접었다. 내가 고른 건 이미지 일괄 리사이저다. 이 블로그 원고 만들 때 쓰는 그 작업, 폴더 안 이미지들을 800px JPEG로 줄여주는 단일 스크립트 하나다. 기능은 세 가지뿐이다. 폴더 읽기, 리사이즈, 저장. 이 정도면 무료 모델이 한 세션 안에 끝낼 수 있는 크기다.
교훈 하나. 무료로 뭔가를 만들 땐 '뭘 만들지'보다 '얼마나 작게 쪼갤지'가 먼저다. 파일 하나로 끝나는 도구, 기능 세 개 이하. 이 기준을 넘기면 유료 모델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삽질 로그 3연타 — 막힌 지점과 우회법
삽질 1. 한 방에 시켰다가 엇나간 녀석. 첫 지시는 이랬다. "이미지 폴더를 읽어서 800px로 리사이즈하고 JPEG로 저장하는 스크립트 만들어줘." 한 문장으로 끝. 결과는? 돌아는 가는데 원본 폴더에 덮어씌우고, 파일명은 뒤죽박죽이고, 세로 사진은 찌그러졌다.
문제는 지시가 아니라 순서였다. 무료 모델은 '요구사항 → 설계 → 구현'을 한 번에 못 한다. 그래서 쪼갰다. ① 폴더 읽어서 파일 목록만 뽑기 ② 리사이즈 함수 하나만 만들기 ③ 저장 규칙 정하기. 단계마다 내가 눈으로 확인하고 OK를 했다. 쪼개니 요청은 더 탔지만, 한 방에 시켜서 엉망이 된 걸 고치는 뻘짓에 비하면 싼값이었다.
삽질 2. 없는 옵션을 당당하게 지어낸 녀석. 두 번째 삽질은 라이브러리 API였다. 녀석이 쓴 리사이즈 옵션 중에 문서에 없는 게 있었다. 코드는 멀쩡해 보이는데 실행하면 에러. 이게 무료 모델의 고질병이다. 그럴듯하게 지어낸다.
우회법은 단순하다. "이 옵션 진짜 있어? 공식 문서에서 확인해줘"라고 물으면 된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게 만드는 거다. 나는 이제 습관적으로 한 줄을 붙인다. "확실하지 않으면 문서나 --help로 확인하고, 추측이면 추측이라고 말해." 이걸 AGENTS.md에 박아뒀더니 그다음부터는 지어내기 전에 먼저 확인한다. 무료 모델일수록 '검증하라'는 지시가 필수다.
삽질 3. 세션이 길어지니 앞일을 까먹은 녀석. 세 번째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작업이 길어지니 녀석이 앞에서 정한 규칙을 까먹기 시작했다. "저장은 output 폴더에" 해놓고 원본 폴더에 저장하고, "파일명은 원본 유지" 해놓고 멋대로 바꾸고.
원인은 뻔하다. 컨텍스트가 길어지면 앞부분이 밀려난다. 무료 모델은 이게 더 빨리 온다. 우회법 두 가지. 하나, 규칙은 AGENTS.md에 적어둔다. 세션 시작할 때 자동으로 읽으니까 까먹을 확률이 확 준다. 둘, 작업이 어느 정도 되면 세션을 끊고 새로 시작한다. 이어서 하는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고 AGENTS.md를 읽히는 거다. 나는 지금 한 세션에서 큰 작업을 두 개 넘기지 않는다. 귀찮아 보여도, 까먹은 녀석이 싸지른 걸 치우는 것보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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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된다. 단일 스크립트 하나는 무료 모델만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 수 있다. 근데 조건이 있다. 스코프를 작게 쪼갰고, 내가 단계마다 검수했고, 지어낸 API를 잡아냈고, 세션을 짧게 끊었다. 즉 '무료'는 '공짜'가 아니라 '내 손이 더 가는' 거다.
⑤편에서 한 말이랑 이어진다. 단순 작업은 무료로 충분하다. 다만 그 '충분' 뒤에는 검수하는 내 시간이 붙는다. 유료 모델과의 차이는 코드 품질이 아니라 내가 개입해야 하는 횟수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으면 무료로도 완성은 된다. 삽질은 좀 하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① 만들 건 파일 하나, 기능 세 개 이하로 작게 잡고 ② 한 번에 시키지 말고 단계별로 쪼개서 검수하고 ③ "모르면 문서 확인해"를 AGENTS.md에 박아두고 ④ 세션은 짧게 끊는다. 이 네 가지만 지키면 무료 모델로도 완성은 된다.

다음 편 예고
⑦편에서는 이번에 맛본 '세션이 길어지면 멍청해지는' 현상을 정면으로 다룬다. /compact는 언제 쓰고, 새 세션은 언제 시작하고, AGENTS.md에는 뭘 적어둬야 하는지. 세션 관리 실전편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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